아세안과 관련해서 태국은 크고 작은 행사가 참 많이 있습니다. 핏사눌록 내에서도 백화점이나 주말시장 등에서 아세안축제가 열리기도 하구요. 2015년 부터는 경제, 교육 분야 등이 연합되고 국경도 드나들기 쉬워져 마치 EU처럼 된다고 하더군요.

지난 8월 9일에 핏사눌록 내에서 명문사립고등학교인 “롱리안 촬름콴사뜨릿”(촬름칸 여자 중고등학교)에서도 아세안 축제가 열렸습니다. 학교 강당에 각 나라별로 부스를 만드는데, 한중일은 아세안에 포함된 10개국은 아니지만 특별 포함 국가이기 때문에 아세안에 포함되어 총 13개국 부스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소품들로 꾸미고 라멘도 끓여다 놓은 일본부스에 비해 거의 한국가수들 씨디로만 꾸며놓은 한국부스가 아쉬웠습니다. 태국 깊숙히 자리잡은 일본에 비해 아직까지 한국은 문화, 그 중에서도 가수나 연예인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도 막상 행사가 시작됐을 때는 일본부스 보다 우리가 더 많은 학생들로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행사 며칠 전부터 한국 부스를 맡은 학생들과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 한복 종이접기와 한국가수로 빙고게임, 윷놀이로 결정했습니다. 학생들이 윷판도 예쁘게 만들었었는데 공간이 부족해서 윷놀이는 할 수 없었어요.  

인터넷으로 어떻게 종이접기를 하는지만 찾아 주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사진만 보고 만드는 연습을 해서 이렇게 예쁜 한복을 만들고, 부스를 찾아온 학생들에게도 알려주었습니다. 심지어 저고리는 이렇게 치마는 이렇게 다듬어야 예쁘다며 한국인인 우리에게까지 지도해주었어요.ㅎㅎ 종이접기에 가장 수고한 오수정 학생. 이 친구는 소녀시대와 EXO-k를 좋아해서 카페에 오면 이 가수들 뮤직비디오를 틀어달라고 하곤 같이 춤을 추는 귀여운 학생이에요.

나라별 미인대회도 열렸습니다. 가운데 한복 입은 친구가 한국대표였는데 화려한 다른 나라 의상에 비해 너무나도 소박(?)해서 거의 일차로 떨어졌습니다. 그에 비해 맨 왼쪽에 있는 기모노 입은 일본대표 학생은 최종 3인까지 올라갔구요. 학교 내에 중국어와 일본어는 현지인 선생님이 있기 때문인지 한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좀 더 준비가 잘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회를 보는 학생이 남자라는 것. 촬름콴 여자 중고등학교에는 몇 명 되지 않지만 남학생들도 다니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인 남학생입니다.

미인대회 개최에 앞서 교장선생님 훈화 중에서 아세안 시대를 맞아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기 때문인지 원래 계획된 것인지 무튼 영어인터뷰도 이루어졌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요즘 대졸 신입초봉이 얼마인데, 만약 영어를 할 줄 알면 얼마를 더 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평균보다 못한 급여를 받을 것이라며 아주 직접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미인대회는 졌지만, 행사에서는 이겼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D

도착해서 중국, 일본, 한국 부스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괜한 경쟁심이 발동해 무조건 이겨야한다!(응? 뭘???)고 저희끼리 각오를 다졌습니다. 행사 중반부 쯤 숨 좀 돌릴겸 잠깐 부스 밖으로 나왔는데, 오호~ 괜히 뿌듯했어요.ㅎ